예안교회
영혼의 양식 예안 활동 구약성서의 세계로

15. 성서 고고학에서 본 아브라함의 행로

목록 가기

날짜 : 2019-11-15

15. 성서와 고고학에서 본 아브라함의 행로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에 대한 기사는 창세기 11장 27절부터 아주 상세하고도 길게 보도되어 있다. 구약성서의 보도를 근거로 아브라함의 행로를 추적해 보면, 아브라함의 가족은 남부 메소포타미아인 우르에서 출발하여 비옥한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계곡을 따라 북상하여 하란에 정착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떠나게 되는데, 이 내용이 창세기 12장에 기록되어 있다. 
  한편 하란을 출발한 아브라함 가족은 반월형 곡창지대를 따라 시리아를 거쳐 팔레스타인의 세겜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단을 쌓는 장면이 언급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흉년으로 그들은 잠시 이집트로 내려갔다가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낸다. 여기가 바로 지금의 헤브론이다.
  아브라함 일행의 이동경로를 보도하고 있는 구약성서의 기록은 당시의 상황과 연관지어 보더라도 신빙성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앙드레 빠로(Andre Parrot)가 지휘하는 프랑스의 고고학 발굴팀이 유프라테스 강 중류에 위치하고 있는 마리(Mari)라는 곳에서 2만 여개의 토사판을 발굴했다. 기원전 20세기의 고대 근동의 정치, 군사, 외교, 행정을 보여 주고 있는 이 마리문서는 아브라함에 관한 성서의 보도를 신빙성 있게 만들어 주는 아주 중요한 문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행로에 대한 성서의 보도 중에서 고향이 우르라는 기사에 대해서는 성서고고학이나 구약신학자들에 이해서 강하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구약성서의 오경 문서 중에서 P문서는 아브라함의 이동을 우르- 하란- 가나안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J문서에서는 아브라함의 원고향을 하란 지역으로 묘사하고 있다(창24:4,7,10; 27:43; 28:10; 29:4). 실제로 칠십인역 성서(Septuagint)에서는 “우르”라는 말 대신에 “땅”이라는 말로 대치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연구의 권위자인 올브라이트(Albright)라는 구약신학자도 고고학적으로 아브라함의 가족이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으로 이주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칠십인역 성서에도 생략되었다는 것을 감안하여 아브라함의 고향이 우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우르 고향설은 단지 2차적인 전승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더욱이 올브라이트를 비롯한 많은 구약성서 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족장전승이다. 성서의 족장전승들을 살펴보면 북부 메소포타미아인 하란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은 많은데 비해, 남부 메소포타미안인 우르를 보여주는 증거는 거의 없다. 즉 족장사를 보면 하란에 거주했던 아람인들에 대해서는 강한 혈연의식을 가지고 왕래하며 아내를 구하기도 했으나 우르와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신명기 26장 5절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앙고백을 통해서 “우리 조상은 유리하는 아람사람”이라고 고백하는데, 여기서 아람은 하란지역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구약성서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바벨론의 창조신화나 길가메쉬 서사시, 함무라비 법전 등은 모두 북부 메소포타미아의 바벨론 문화권의 영향인데 비해 우르가 자리한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의 영향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아브라함의 행로는 당시 고대근동의 문서들을 통해 사실로 입증되고 있으나, 우르가 고향이라는 성서의 기록은 여전히 구약신학자들과 성서 고고학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다. 즉 “하란 고향설”에 대한 성서의 증거나 고고학 자료는 풍부하나 “우르 고향설”을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르 고향설”은 성서 저자의 어떤 신학적인 의도에서 2차적으로 추가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